화이

review 2013. 10. 12. 00:31

화이를 봤다. 보면서 장준환 감독은 판타지적 요소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구를 지켜라를 보면서 그렇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나타나는 괴물의 모습을 보고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또, 화이에서는 잔인한 장면들이 정말 적나라하게 많이 나오는데 그 장면들을 보면서 장준환감독은 잔인함이나 고통을 아주 극단적으로 표현해내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결국 영화가 끝났을 때 한 사람만 남게 되는 것 또한 그의 영화의 특징처럼 느껴졌다.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너무 좋았다. 솔직히 여진구라는 배우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갔던터라 약간 실망을 하게 될 수도 있지않을까 했는데 정말 기대이상 상상이상으로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화이' 그 자체 같았다. 화이는 표면적으로는 아빠와 내면적으로는 괴물과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연기가 너무 좋았다. 다른 성인 배우들도 누구하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그 역할에 딱맞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현실에 그런 사람들이 실존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연기는 너무 멋있었다.

액션신도 아주 흥미진진했다. 화이가 아빠에게서 배운 따돌리기 방법으로 아빠들을 따돌렸을 때 그 쾌감이란. 경찰차와의 추격전은 아빠들과의 추격전을 위한 밑밥 같았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추격신과 액션신들이었다.

또 사람들의 죽음이 도구적으로 보이지 않아서 좋았던 것 같다. 이유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도구로 수단으로 보이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음에도 흐름상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흐름 속에서 모든 인물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힘이 강했던 것 같다. (행위를 이해한다기 보단 그 감정을) 화이에 대한 아빠들의 감정, 아빠들에 대한 화이의 감정 말이다. 화이에 대한 아빠들의 애정은 그 방법은 잘못되었을 망정 부(父)정이라고 할 수 있었고 그 떄문에 화이는 아빠들을 완전히 제 손으로 죽이지는 못한다. 그러한 인물들의 감정들이, 마음이 이해가 가는 것이 신기했다.

영화를 다 보고난 후 궁금했던 건 화이가 정말 괴물이 되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물론 영화 제목도 '괴물을 삼킨 아이'이고 더 이상 괴물을 보지 않는 화이의 모습이라던가 엔딩에 화이가 회장에게 복수를 하고 평화롭게 유유히 떠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보이긴 하지만, 소녀에게 그림선물을 주고 예전에 듣던 음악을 들으며 걷는 화이는 괴물같지 않았다. 괴물이 될 뻔 했으나 되지않은 것이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다 싶었다. 석태를 악으로 보고 화이의 아버지를 선으로 본다면 화이는 선으로 태어나 자라나면서 환경으로 인해 악을 배운 아이이기 때문에 선과 악 그 중간에 서있는 아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결국 화이는 괴물이 된 것이 아닐 것 같다.

석태는 화이를 정말 사랑한 걸까 아니면 자신의 행동과 삶에 대한 합리화를 화이를 통해 하고 싶었던 걸까. 석태가 화이를 충분히 쏠 수 있었음에도 화이를 결국 쏘지 못한 것은 자신의 삶이 잘못된 것임을 꺠달아서일까 아니면 화이를 사랑해서일까. 석태는 화이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자 했지만, 자신과 동일시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모습이 되어주지 않는 화이를 보곤 분노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화이를 죽일 수 없었던 건 화이를 사랑해서였겠지?

결말이 너무 비극적이었는데도 끝나고 난 후 감정적으로는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 엔딩장면이 담담해서 그랬는지. 결론적으로 보면 화이는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 길러준 아버지를 모두 제 손으로 죽이는 비극을 겪는다. 그럼에도 그 슬픔을 초월한 듯 보이는 화이의 모습을 보면서 아 나도 그렇게 슬퍼할 필요가 없나 라고 느낀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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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

review 2013. 9. 16. 00:22

영화를 다 보고나온 후 소설 한 권을 읽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토리의 우수성을 떠나서 영화로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의 연기나 영상, 모두 흠잡을데가 없었다.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사건, 김종서, 수양대군, 한명회 등의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알고보는 것이라 결말을 이미 알고있었지만 그 과정을 다른 시점으로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미 알고있는 고정된 역사의 한부분이지만 한 개인의 그것을 막으려는 필사적 노력이 처절하게 보여진 것같다.

조정석이 정말 통통튄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정재는 워낙 멋있는 사람이니 뭐 말할 것이 없지만 수양대군이 등장하는 순간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제 2막이 열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전의 이야기가 영화 제목처럼 '관상'에 관한 이야기, 영화의 기본배경이라면 수양의 등장부터는 본격적인 계유정난에 대한 이야기, 그 사건을 바라보는 힘없는 개인의 시각이 잘 드러난 것같다.

 

영화를 보고난 후 다른 사극작품들이 보고싶어졌다. 사극을 통해서 보는 역사는 참 재미있다. 왜곡되는 역사도 있고, 그대로 고증되는 역사도 있지만 어쨌든 사극으로 만들어진 역사는 한 사람의 시각에 투영되는 이야기다. 그대로이고 싶어도 그대로일 수가 없는. 나는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으로 역사를 보는 것이 참 좋다.

역사를 보고 있으면 가끔씩 인간의 존재가 참 우습게 느껴진다. 큰 흐름 속에서 이용하는 인간, 이용당하는 인간, 그냥 흐름에 휩쓸려가는 인간 등 그런 다양한 인간상을 보다 보면 각 개인의 인생사가 참 가소롭게 느껴진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고 하듯 승자 외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먼지처럼 취급될 뿐이다. 그런 생각이 드니 한 인간의 생애가 너무나 짧고 작고 보잘것없이 느껴진다. 

그래서 모든 인간의 삶은 비극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누구나 행복한 순간이 있고 자신이 최고인 순간이 있지만 끝은 있고, 그 끝은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슬프다. 그래서 모든 인간의 끝은 비극적이라고 생각한다.

얘기가 샌 것같은데 끝으로 인간의 삶이 비극적이라는 생각을 <관상>의 인물들에 빗대봐도 그렇지 않은가 싶다. 김종서의 죽음, 문종의 죽음,김내경 아들의 죽음 그 죽음을 슬퍼하며 남은 삶을 살아가다 죽을 김내경과 팽헌, 단종의 최후 등을 봤을 때 그렇다. 역사 속 인물이라서, 역사에 남은 인물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삶이 크게 보면 다 이렇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생애에서 어떤 순간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겠지만 그 삶의 끝은 언제나 새드엔딩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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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들

review 2013. 7. 11. 19:45

오프닝이 길다고 느껴졌는데 속도감이 있고 화면전환이 빨라서 길었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영화내용도 마찬가지였다.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을 타이트하게 잡아줘서 그렇게 흥미진진한 내용이 아님에도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결국 범인을 잡는데 크게 일조한 것은 한효주의 기억력 덕분이었는데 이 부분에서 조금 몰입도가 떨어졌다. 사건해결의 장치가 너무 간단하다는 느낌?

다 보고 난 후 영화에 대한 감상평으론 좀 이상하지만 깔끔하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군더더기가 없고 핵심만 딱딱 보여준 것 같다. 연기 역시 평가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한 인물을 오래 잡아주지 않은 것 같아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모든 인물들이 극 속에 딱 잘 들어맞았다고 생각한.

간만에 영화관에 가서 기분 좋았는데 영화도 좋아서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관을 나와서도 기분이 좋았다.

p.s 분명 정우성은 나쁜놈인데 왜 안잡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까... 정우성 극 중 이름이 제임스라는 걸 영화가 끝나고 알았다. 제임스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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