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일상 2013. 5. 14. 23:39

요즘 햇볕이 따뜻하다 못해 너무 뜨거워서 선크림을 발라도 피부가 너무 걱정이 되던 찰나에 우연히 우양산 판매 매대를 보았다.

이거다! 하면서도 양산들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결국 사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는데(충동구매가 될까봐..), 두고 온 양산이 눈에 어른거려서 결국 다시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고 나서 요리조리 보면서 정말 잘산 걸까 너무 충동적이었나 자꾸 머리 속에 양산이 둥둥 떠다녔는데 오늘 처음 양산을 써보고 아, 잘 샀구나 했다. 처음 양산을 펴들었을땐 뭔가 눈치가 보이고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같고 나를 한 번보고 하늘을 슬쩍 올려다보는 아저씨의 눈길에 어깨가 움츠러들었는데 이내 익숙해지고 그것보단 뜨거운 햇빛을 직접 맞지않아도 된다는 기쁨에 웃음이 났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람들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 같은데 괜히 내가 혼자 눈치를 본 것 같다. 그건 아마도 '양산은 어르신들이 쓰는 것'이란 고정관념이 나에게 있어서인 것 같다.

나는 할머니들이, 엄마들이 양산을 쓰고 다니는 것만 봐서 양산은 그 나이대 분들이 쓰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왔다.

고정관념에 갇혀있던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은 언제나 신기하다. 이해할 필요도 없을 땐 관심도 없던 어떤 절대적 사실이 나에게 적용되었을 때 유연성을 가지게 된다. '절대'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고정관념이라고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 고정관념이었다는 걸 아는 순간 그것은 이제 고정관념이 아니게 된다. 이런 식으로 고정관념이 하나씩 깨지지만 얼마나 더 많은 자신도 모르는 고정관념들에 싸여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또 하나 느낀 것은 남들은 생각보다 나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 이건 평소에도 그러하다고 생각하던 것인데 막상 거리를 걷거나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그런 생각은 없어지고 지나가는 사람이 웃으면 어? 날보고 웃나 내가 이상한가 이런 생각이 번뜩들게 된다. 그만큼 살면서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한다는 것이겠다. 하지만 나만 봐도 그렇듯이 특별히 잘생겼거나 예쁘거나 하지 않는 이상 어떤 사람을 크게 신경쓰거나 이야기하진 않는다. 좀 특이한 사람(남들과 다른 복장을 했다거나 하는)을 봐도 아 그렇네 하고 지나칠 뿐 뒤따라 가면서 이러쿵저러쿵 하진 않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양산을 들고 걸을 때 좀 더 어깨를 펴고 당당히 걸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p.s 내가 양산하고 비슷하게 생각했던 '썬 캡'은 이제 운동할 때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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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동면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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