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review 2013. 9. 16. 00:22

영화를 다 보고나온 후 소설 한 권을 읽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토리의 우수성을 떠나서 영화로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의 연기나 영상, 모두 흠잡을데가 없었다.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사건, 김종서, 수양대군, 한명회 등의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알고보는 것이라 결말을 이미 알고있었지만 그 과정을 다른 시점으로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미 알고있는 고정된 역사의 한부분이지만 한 개인의 그것을 막으려는 필사적 노력이 처절하게 보여진 것같다.

조정석이 정말 통통튄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정재는 워낙 멋있는 사람이니 뭐 말할 것이 없지만 수양대군이 등장하는 순간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제 2막이 열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전의 이야기가 영화 제목처럼 '관상'에 관한 이야기, 영화의 기본배경이라면 수양의 등장부터는 본격적인 계유정난에 대한 이야기, 그 사건을 바라보는 힘없는 개인의 시각이 잘 드러난 것같다.

 

영화를 보고난 후 다른 사극작품들이 보고싶어졌다. 사극을 통해서 보는 역사는 참 재미있다. 왜곡되는 역사도 있고, 그대로 고증되는 역사도 있지만 어쨌든 사극으로 만들어진 역사는 한 사람의 시각에 투영되는 이야기다. 그대로이고 싶어도 그대로일 수가 없는. 나는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으로 역사를 보는 것이 참 좋다.

역사를 보고 있으면 가끔씩 인간의 존재가 참 우습게 느껴진다. 큰 흐름 속에서 이용하는 인간, 이용당하는 인간, 그냥 흐름에 휩쓸려가는 인간 등 그런 다양한 인간상을 보다 보면 각 개인의 인생사가 참 가소롭게 느껴진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고 하듯 승자 외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먼지처럼 취급될 뿐이다. 그런 생각이 드니 한 인간의 생애가 너무나 짧고 작고 보잘것없이 느껴진다. 

그래서 모든 인간의 삶은 비극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누구나 행복한 순간이 있고 자신이 최고인 순간이 있지만 끝은 있고, 그 끝은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슬프다. 그래서 모든 인간의 끝은 비극적이라고 생각한다.

얘기가 샌 것같은데 끝으로 인간의 삶이 비극적이라는 생각을 <관상>의 인물들에 빗대봐도 그렇지 않은가 싶다. 김종서의 죽음, 문종의 죽음,김내경 아들의 죽음 그 죽음을 슬퍼하며 남은 삶을 살아가다 죽을 김내경과 팽헌, 단종의 최후 등을 봤을 때 그렇다. 역사 속 인물이라서, 역사에 남은 인물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삶이 크게 보면 다 이렇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생애에서 어떤 순간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겠지만 그 삶의 끝은 언제나 새드엔딩이지 않을까.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이  (0) 2013.10.12
관상  (0) 2013.09.16
감시자들  (0) 2013.07.11
Posted by 동면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