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시보기

일상 2013. 6. 8. 21:10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라는 영화를 봤다.

보면서 어, 예전에 봤었던 영화구나 라는 걸 꺠달았는데 중요한 부분은 기억나지 않고 자잘한 부분들만 기억이 났다. 그러면서 그때 집중을 안하고 봤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다.

다 보고나서 왜일까 생각을 하는데 드는 생각이 처음 이 영화를 봤던 날과 지금의 내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든 건 인물들에 대해 내가 느꼈던 감정이 예전과 달랐기 때문이다. 내가 예전에 이 영화를 봤을 땐 알렉스라는 여자가 너무 밉고 재수가 없었다. 다 저 여자때문이라고 욕을 욕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영화를 보는데 그 여자가 이해가 되고 안쓰러웠다. 그 순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예전의 내가 이 영화를 볼 떄 집중을 안했다기 보다는 영화를 볼 때 인물들 보다 다른 부분에 더 치중을 해서 봤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한 영화를 봐도 다 다른 평을 한다. 어떤 사람에게 기분 더러운 영화가 어떤 사람에겐 예술영화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 눈물 쏙 빼는 슬픈 영화가 어떤 사람에겐 지극히 상업적인 영화가 될 수 있다. 영화를 본 후의 감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고 또 그 사람의 나이마다 다르다. 젊었을 떄 봤던 영화를 늙었을 때 다시 보면 그 감상은 달라진다.

어떤 것에 대한 감상은 그 것을 보는 사람의 경험에 따라 다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고 한 사람의 감상도 그 사람의 나이먹어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어떤 장면을 세월이 지나고 여러 경험들을 하고 나서 다시 보면 예전에 느끼지 못한 것들이 보이기 마련이다. 이해되지 않았던 무엇이 이해가 된다던가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다른 무엇이 보인다던가.

영화를 보면서도 나이먹어감을 느낀다. 아니, 성장이라고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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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동면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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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3. 5. 17. 19:06

오늘은 석가탄신일, 부처님오신날이다.

감기 기운에 늦게까지 이불 위에서 늘어지게 있다가 그래도 이렇게 휴일을 보낼 순 없지 싶어서 밖으로 나섰다. 처음에는 절로 갈 생각은 없었는데, 아니 마음속으론 가볼까 하면서도 혼자서 이런 날에 절에 가본 적이 없어서 망설였는데 그냥 발 길가는 대로 가다 보니 집 앞에 있는 절로 다다르게 되었다. 

절로 가는 길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사람들 사이를 걸으면서 절을 향해가는 내 모습이 뭔가 어색했다. 절에 도착해서 둘러보는데 비빔밥을 먹기 위해 서 있는 줄은 너무 길었고, 절에 대해선 도통 뭘 아는 게 없으니 한참을 서성거리다 그냥 돌아서 내려오게 되었다. 그래도 마음만은 절에 갔다 왔다 싶어 왠지 모를 뿌듯함이 들었다.

나는 남들이 말하는 모태신앙으로 어릴 때부터 주말엔 학교에 가듯이 교회를 빠지지 않고 다녔었다. 그러다 사춘기라고 해야 하나, 다들 사춘기를 겪는 그 정도 나이대에 신앙심을 잃고(신앙심이 아주 와장창 깨지고 뿌리째 뽑혀 나가는 그런 사건이 있었다.) 그 후론 교회를 나가지 않게 되었다. 드문드문 친구를 따라 이 교회 저 교회 가보긴 했지만 그다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믿음으로 간 것은 아니었다. 성인이 되고는 남들이 종교를 물으면 무교라 답했고, 때때로 친한 이들에겐 무신론자라고 하기도 했다.

뭐 이런 건 중요한 게 아니고 어릴 적 신앙심이 깊을 때(솔직히 너무 어릴 때라 그걸 신앙심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교회를 열심히 다니던 시절) 할머니 손에 이끌려 절에 갔던 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독실한 불교 신자셨다. 어린 맘에 그랬는지 평소 할머니의 어머니에 대한 종교탄압에 대한 반항심이었는지 절로 들어가는 순간 향냄새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싫었다. 향냄새에 코를 틀어막고 비빔밥을 먹으라는 할머니의 권유에 고개를 내저었다. 절 음식은 절대 먹지않겠다는 나름의 의지랄까. 할머니는 비빔밥을 먹지않겠다는 내게 물이라도 마시라며 절 물은 몸에 좋다는 얘기를 했지만, 그 얘기를 들은 나는 더욱 거부감을 느끼고 물 한 모금조차 입에 대지 않았다.

그땐, 그랬다. 정말 신기하게도 지금은 아무렇지가 않다. 절에 가는 것도 향냄새를 맡는 것도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땐 어른들의 이분법적 사고에 내가 길들어 교회를 다니면 절을 멀리하고 절을 다니면 교회를 멀리하는 그런 행위에 익숙해져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교회를 가도 절을 가도 싫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다. 오히려 그런 분위기 속에 있으면 마음이 평안해짐을 느낀다. 내가 변한 것인지 뭔지 잘 모르겠다.

그냥 오늘 절에 가면서 든 생각은 남들이 하는 것, 남들이 가는 곳을 따라 하고 따라가는 것이 나쁠 것 없다는 것? 석가탄신일에 절을 가는 것은 성탄절 날 교회에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좋은 거니까 남들 따라다니고 남들 따라 하고, 깊은 신앙심을 가진 사람은 그 나름대로 자신의 종교를 섬기고, 아닌 사람들은 그냥 살면서 이 종교는 이렇구나 다른 종교는 저렇구나 알아가면 될 뿐. 이쪽이 더 좋고 저쪽은 더 나쁘고 이런 식으로 서로의 종교를 깎아내리고 배척할 필요는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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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동면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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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일상 2013. 5. 14. 23:39

요즘 햇볕이 따뜻하다 못해 너무 뜨거워서 선크림을 발라도 피부가 너무 걱정이 되던 찰나에 우연히 우양산 판매 매대를 보았다.

이거다! 하면서도 양산들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결국 사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는데(충동구매가 될까봐..), 두고 온 양산이 눈에 어른거려서 결국 다시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고 나서 요리조리 보면서 정말 잘산 걸까 너무 충동적이었나 자꾸 머리 속에 양산이 둥둥 떠다녔는데 오늘 처음 양산을 써보고 아, 잘 샀구나 했다. 처음 양산을 펴들었을땐 뭔가 눈치가 보이고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같고 나를 한 번보고 하늘을 슬쩍 올려다보는 아저씨의 눈길에 어깨가 움츠러들었는데 이내 익숙해지고 그것보단 뜨거운 햇빛을 직접 맞지않아도 된다는 기쁨에 웃음이 났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람들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 같은데 괜히 내가 혼자 눈치를 본 것 같다. 그건 아마도 '양산은 어르신들이 쓰는 것'이란 고정관념이 나에게 있어서인 것 같다.

나는 할머니들이, 엄마들이 양산을 쓰고 다니는 것만 봐서 양산은 그 나이대 분들이 쓰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왔다.

고정관념에 갇혀있던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은 언제나 신기하다. 이해할 필요도 없을 땐 관심도 없던 어떤 절대적 사실이 나에게 적용되었을 때 유연성을 가지게 된다. '절대'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고정관념이라고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 고정관념이었다는 걸 아는 순간 그것은 이제 고정관념이 아니게 된다. 이런 식으로 고정관념이 하나씩 깨지지만 얼마나 더 많은 자신도 모르는 고정관념들에 싸여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또 하나 느낀 것은 남들은 생각보다 나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 이건 평소에도 그러하다고 생각하던 것인데 막상 거리를 걷거나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그런 생각은 없어지고 지나가는 사람이 웃으면 어? 날보고 웃나 내가 이상한가 이런 생각이 번뜩들게 된다. 그만큼 살면서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한다는 것이겠다. 하지만 나만 봐도 그렇듯이 특별히 잘생겼거나 예쁘거나 하지 않는 이상 어떤 사람을 크게 신경쓰거나 이야기하진 않는다. 좀 특이한 사람(남들과 다른 복장을 했다거나 하는)을 봐도 아 그렇네 하고 지나칠 뿐 뒤따라 가면서 이러쿵저러쿵 하진 않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양산을 들고 걸을 때 좀 더 어깨를 펴고 당당히 걸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p.s 내가 양산하고 비슷하게 생각했던 '썬 캡'은 이제 운동할 때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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